<카미코지(上高地)의 가을> 가을이지만 벌써 눈이 내렸다.
"카미코지(上高地)로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마침 시동을 걸고 있는 마츠모토(松本) 번호판을 단 중년 아저씨에게 길을 물었다. "여기서 475번과 471번 도로를 타고 가다, 히라유(平湯)에서 좌회전해서 158번 을 타고 터널을 지나가면 됩니다."고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지금은 자연 휴식년이라 그곳까지는 승용차로는 갈 수 없고, 주차장에 차를 두고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고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아리카도 고자이 마스."
158번 도로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 해서 지나왔는데도 터널은 나타나지 않는다. 길은 점점 산으로 이어지고. 앞뒤로 차도 없고, 어디 잘 못가고 있는 건가. 표지판은 분명 158번 카미코지 였는데. 뒤에 경차 한대가 따라 오길래 길을 비켜주었다. 자꾸만 고불거리는 산길로 접어든다. 국도라기는 너무 조악한 길이다. 그런데 경치는 정말 더 없이 좋다. 군데 군데, 차를 세워 두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인다.
<카미코지(上高地)의 가을> 터널에서 본 가미코지
산길을 내려오니 터널 끝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온 길이 구도로 였구나. "터널로 왔으면 빨리 편하게 왔을 텐데" 산 이 높아서 인지 머리가 아프다면서 마누라는 투정을 부린다. " 그 보다 좋은 경치 많이 구경 했잖아." 이렇게 대꾸하고 길을 재촉한다. 왼쪽에 카미코지로 가는 터널이 보인다. 터널 앞에는 경비가 지키고 서 있다. 관광버스와 택시가 끝없이 들어가고 있다.
휴게소가 나타났다. 일본에는 휴게소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고속도로에도 마찬가지지만, 국도에도 그렇게 많지 않다. 일반 국도에는 세븐일레븐, 로손 등과 같은 편이점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20여 키로 마다 엄청난 규모의 휴게소가 있고, 경춘가도 같은 국도를 달리면 몇 키로 간격으로 나타나는 노란색 휴게소 간판이 있는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카미코지(上高地) 안내도> 카미코지 등산가이드 맵
휴게소 앞에 카미코지 주차장이 있다. 와이프는 그냥 돌아갔으면 하는 눈치다.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가보고 가자." 강요하다시피 허락을 받아냈다. 주차료 하루 500엔, 그리고 버스요금 왕복 1,800엔. 앞에는 3,600엔 간판을 붙인 택시가 줄지어 서있다. 편도 1,000원이면 4사람이면 택시로 갈 수 있는데. 우리 같으면 네명 모아서 택시타고 가자면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가서 1,000원씩 내서 택시 타고 갑시다고 할텐데. 아무도 그런 사람은 없다. 혼자 아니면 둘이서 택시 타고 가는 사람은 있어도. 아마 이게 일본 사람의 기본적인 생각인 모양이다.
<카미코지(上高地)행 버스 정류장> 일반 승용차가 금지 되어 입구 여러 곳에 마련된 주차장에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들어갈 수 있다.
'카미코지' 말 그대로 높은 지대라는 뜻이다. 원래는 신고지(神故池)라고 옛날 신들이 살던 연못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곳의 기본 해발(이곳 사람들은 海高라고 쓴다)은 1,500미터 정도 된다. 일본 여행사에 가면 이곳 안내책자는 어디라도 있고, 이곳으로 오는 단체 관광은 언제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인 오쿠호다카(奧穗高岳) 연봉은 3,190미터. 거의 일년 내내 눈이 남아 있는 곳. 여름에는 최고의 피서지.
<카미코지(上高地)의 다리> 나무로 만든 출렁다리
관광버스와 택시만으로도 길이 비좁다. 대형버스 두개가 비낄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여러번일 정도이다. 길을 좀 넓혀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을 파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까.
<카미코지(上高地)의 호수> 물이 엄청 맑다
멀리 눈이 보인다. 물이 정말 맑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이런 것인가.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곳. 멀리 연봉엔 새눈이 내려 온통 하얗지만, 지상엔 아직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다. 카메라를 세워두고 자연을 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정말 잘 온 거 같아. 정말 좋았어!" 억지로 따로 온 마누라의 한마디다. "내일 가서 자랑 할거지. 남편 잘 만나서 카미코지에도 다녀왔다고".
등산 아닌, 등산이 끝났다. 이제 돌아오는 일만 남았다. 또 언제 와보나.
최근 이곳 공사를 위해 한국인 징용 노동자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2007,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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