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수기/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에서 살면서 (24) - 방송이야기

은퇴한 교수 농부의 일상과 추억 2007. 12. 27. 23:03

방송은 그 사회를 반영한다.

 

  방송은 방송을 보는 사람과 함께한다. 방송이 저질이라면, 그 방송을 보는 사람이 저질인 것이며 방송이 품위가 있다면, 아마도 그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품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은 불륜만 조장하는 듯한 연속극이나 연애인의 신변 잡기만 늘어놓는 방송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지적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겹만 벗겨보면 그건 다 그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그런 것을 원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NHK 나고야> 나고야 사카에에 위치한 NHK 나고야 방송국 사옥

  

  그럼, 일본의 방송은 어떤가! 거의 20년전 쯤 일본에 온 첫 출장에서 본 방송은 좀 충격적이었다.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떻게 저런 걸 공중파에서 내보내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돌아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프로그램이 우리 방송에 나오는 걸 보고 또 다시 놀란 경험이 있었다. 특히 방송 광고의 내용이나 포맷을 보고 더 놀란 기억이 아직도 난다.

 

집요한 캐기

 

  가끔 한국 소식이 궁금할 때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방송을 보기도 한다. 최근 문제가 되었던 신정아 사건을 보면서 아 이것도 좀 일본식방송을 흉내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방송은 뭔가의 사건이 생기면 집중적으로 그 내용을 보도 한다. 어쩜 잘못보이면 완전히 매장 시켜버릴 정도로...대표적인 예로 지난 여름 일본의 유명 스포츠인 스모 선수 중 가장 높은 지위인 요꼬즈나에 관한 사건이다. 몽고 출신인 아사쇼류(朝靑龍)가 대회를 마치고 몽고에 가서 축구한 것이 문제가 되어 연일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 또 지난 달에는 복싱 선수 문제로 떠들썩 했다. 죄가 있다면, 사회 윤리에 반한다는 것,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다는 것 정도랄까. 어쩜 대강 덮어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확실한 띄우기

 

  반면, 한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사람들의 관심권에 들어오면 확실하게 띄워 준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15세의 아마추어골프 선수 '류'이다.물론 일본에서 처음일 정도로 중학생이 프로골프대회에서 우승을 했으으니까 대단하긴 하지만, 문제는 이 선수가 대회에 나가면, 방송 중계는 이 선수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기든 지든 상관 하지 않고. 누가 1등을 하고 있는지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는 듯이 중계방송을 한다. 가끔 우리 선수들이 우승을 하기도 하고, 상위권에 진입한다. 하지만, 끄때도 1-2위가 아니면 자막에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요 선수 해서 자기들 선수이름만 나오니까.

 

일본 방송에 비친 한국과 한국인

 

  뉴스에서는 한국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북한은 거의 매일 등장 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 한국에 관한 방송을 여행지 소개, 먹거리 , 때밀이 관광 소개 정도에서 가끔...

 

  야구를 좋아해서 프로야구 개막에서 일본 시리즈까지 매일 저녁 중계되는 야구 중계중 많은 경기를 봤다. 내가 사는 곳이 나고야라서 일본에서 가장 인기 및 힘이 있는 교진(자이언트) 경기와 나고야를 근거지로 하는 주니치 경기는 거의 매일 중계를 한다. 어쩜 이 두 팀에 한국 선수가 있어 더 더욱 관심이 많았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평일 공중파 방송의 야구 중계는 7시에서 9시까지이다. 물론, 일본 시리즈 같은 큰 경기는 끝까지 중계를 하지만...그리고 12시를 전후해서 전 공중파 방송이 그날의 6개 경기에 대한 하이라이트와 분석을 한다. 채널을 옮겨가면서 그날의 이승엽과 이병규에 대한 평가를 본다. 문제는 이들 선수가 그날 경기에서 확실한 기여를 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홈런을 치더라도 같은 정도의 홈런이라면 일본인 선수의 몫이 된다.

 

코나미컵 2007

 

  오랫만에 여구 중계를 했다. 53년 만에 일본 제일을 달성했다고 나고야는 과히 난리가 났었다. 일주일 동안 대부분의 나고야에 있는 백화점에서 세일을 할 정도로. 그런 주니치가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SK와 일전이 있는 날이다. 모처럼의 야구 중계. 하지만, SK가 승리 할 것 같은 7회부터 방송이 바뀌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길거라고 자신하던 분위기가 확 바뀐다. 그리고, 8시 51분에 중계를 마친다.

인터넷으로 본 KBS 9시 50분 스포츠 뉴스는 당연 첫 뉴스로 SK의 승전보를 전한다. 그런데, NHK 의 스포츠 뉴스에는 맨 마지막에 주니치가 졌다는 짧막한 자막이 끝이다.

 

먹는 방송과 선정성

 

  일본 방송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오이시이(맛있다)"와 "스고이(대단하다)"이다. 말 그대로 먹는 방송이 많다. 심지어 뉴스 시간에도 어떤 지역의 특산물을 소개하면, 방송 중에 그 것을 실제로 시식한다. 어쩜 오전 방송은 몇개의 연속극과 요리 분이라고 할 정도로 먹는 프로그램이 많다. 여행지 소개 같은 방송에서도 대부분은 먹는 것으로 끝날 정도로....가끔 소개되는 한국여행 소개도 거의 먹는 것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행자>

 

<바교>

 

<가슴 큰 종업원 찾기 프로그램> 길상사 역 주변 음식점에 근무하는 여직원 중에서 가슴 큰 여자를 찾는 방송. 이날은 G컵의 사토미 양이 1등으로 뽑혔다.  

 

   그리고 여기에 또하나가 있다면, 우리말로 선정성이다. 과연 저런 방송을 공중파에서 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예를 들면, 어떤 지역의 음식점에서 일하는 여자 종업원 중에서 이쁘고 가슴 큰 여자 찾기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최종 선발되면 가슴을 보녀주고 만지게 하고 등등...이 보다 더한 것은 여자 친구의 브라자 벗기는 방법 같은 것을 실제로 실연을 하기도 하고.... 

 

 

 

 

 

  매주 하는 프로그램 중에는 마누라 바꿔서 1박 2일 생활하기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이틀 동안 함께 생활하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생기겠지만...

 

방송의 반은 광고

 

일본은 광고 천지다.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야구 중계 같은 경우는 시작할 때 그의 5분 정도가 광고이다. 물론, 공수 교대시는 말 할 것도 없고. 어떨 때는 드라마를 보다기 저게 드라마인지 광고 이지 구별이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주말에 재미 있다는 영화 한편 볼라치면, 광고 때문에 내용이해가 끊길 정도로 광고가 들어간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중간광고를 허용한다고 하니 아마도 곧 일본 처럼 되겠지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역시 광고 제작은 한 수 위라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 일본에서 괜찮은 광고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형태의 광고가 한국에도 나타나는 걸 보면...   

   

그런다고 방송을 보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니.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살고 있으니 방송은 역시 그 사회를 반영하나 보다.

 

<2007,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