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수기/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에서 살면서 (21) - 등산이야기[전야]

은퇴한 교수 농부의 일상과 추억 2007. 12. 27. 22:55
  타카야마(高山) 까지는 무사히 왔다. 다카야마에서 신호타카(新穗高)까지는 61킬로 한시간 30분이 걸린다. "타카야먀까지 왔는데, 다시 못 올지도 모르는데 좀 돌아보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럼, 여기서 점심이나 먹고 가자" 면서 시내를 들렀다. 이곳은 게로 온천보다 좀 더 위쪽에 위치한 곳으로 주변에 온통 온천지대를 끼고 있는 교통 요지로 단일 시로는 일본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고 있다.

 

<다카야마 진야(陳屋)> 오래된 관청 건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 곳을 안내하는 안내 책의 가장 앞에 위치한 다카야마진야(陳屋)에 들렀다. 이곳은 도쿠가와의 직할령이었던 1692년부터 메이지 유신까지 176년간 지방 관서였던 건물이다. 일본의 전통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과 정원을 가지고 있다.

 

<다카야마 진야(陳屋)의 정원> 오래된 관청 건물,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다카야마 상점가)> 오밀 조밀한 오미야게 가게가 밀집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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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간단히 우동 한 그릇으로 때웠다. 비는 계속 내리는데...다시 차를 몰고 신호타카로 달렸다. 우리가 묶은 곳은 화산지역이라 아직도 온천물이 펑펑 쏟아져 올라온다. 온 동네가 뜨거운 온천 열기로 가득하다고나 할까. 고리고리한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온천 마을의 팬션가> 온천 마을에 많은 팬션들이 자리잡고 있다. 

 

  펜션은 작고 아담하다. 온천 지역은 대부분 숙박시설이 다다미방의 화실(和室)인데 비해 이 집은 침대방이다. 그리고 방이 12개뿐인데, 온천이 실내3개와 노천 2개가 있다. 돈을 내고 빌려쓰는 프리이빗 온천 한칸과 아무나 가도 되는 노천과 실내온천 각각 둘. 남여 탕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함께 들어가서 온천을 한다. 문밖에 푯말만 걸어두면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팬션의 오미야게 상점> 예쁜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다.

 

  전통 온천에 가면 기모노 입은 종업원에 음식을 가져다주지만, 비싼 패키지를 제외하면 호텔이나 여관에서도 대개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6시 30분 식사 시간에 맞춰 갔다. 전 후 5분이 어긋남 없이 모두들 방 번호가 놓인 자리에 않는다. 노인 부부 2팀, 40대 정도의 부부 한팀, 40대 여자 5명, 혼자 온 할머니 한분, 그리고 우리 둘.

 

<식사> 호실에 따라 정해진 식사. 물론 주문은 사전에 해 두어야 한다.

 

  각자 마실 술이나 음료수를 시키면, 하나씩 음식이 나온다. 나올 때마다 이 음식이 무었이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먹으면 맛이 좋은지를 설명해 준다. 하지만, 식사하는 사람 누구도 다른 팀들이 들리게 이야기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 우리 같으면 소주도 한잔 나누고, "어디서 왔어요?" "내일은 어디로 가세요?" 라든가, 좀 더 지나면 "어디 가서 한잔 더 합시다"!같은 분위기로 이어질 만도 한데, 전혀 그런 게 없다.

 

 <식사> 204호실의 명패가 놓여있다.

 

   남들한테 메이와쿠(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의 특성인지 모르지만 영 재미가 없다. 첩첩 산중에 와서 마누라 얼굴만 보고 있어야 하다니!    

 

<2007,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