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 사요나라. 아또노 기까이가 앗따라 모이치도 아이따이(다음 기회가있으면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오늘 2개월 정도 다니던 일본어학원에서 그 동안 정들었던 학생들과 헤어짐의 시간이었다.
<강의실 게시판> 새로 배우는 한자를 매일 붙여 둔다.
일본어 뱅쿄(勉强) 이야기라면 할 말이 많아진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어만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으니...뱅쿄는 공부의 일본말로 굳세게 힘쓴다는 의미이다. 공부(工夫)의 일본 뜻은 궁리하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정말 굳세게 힘쓰야 얻어질 수 있는 것인데.
<학원 동료들> 요르단, 파키스탄, 그리고 중국 학생들
각설하고,
일본어를 시작한지는 세월을 헤아리기도 힘든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다. 대학 때부터였으니까. 한때는 졸업하고 일본에 유학하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었으니까. 결국은 마누라에게 발목잡혀서(어쩜 반대였는지도 모르겠지만)취직이란 걸 하게 되었지만....
두 직장을 거치는 동안, 또한 친척 때문에 여러번 일본을 기회가 있었는데, 일본에 일본에 올때마다 다음에 돌아가면 일본어를 제대로 해야지 생각은 했지만, 돌아가면 또 잊어버리고. 내 여권에 찍힌 일본 출입국 도장이 20번 정도이니까 일년에 한번 쯤은 그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한국 학교> 한국학교의 일본어 수업. 호주, 미국, 중국인 수강생들과
이런 열망으로 학원도 다니고, 그것도 모자라 방송대 편입해서 일본학과를 졸업까지 했지만, 늘 실력은 그자리에...언제나 배우기만하고 사용하질 않아서 그렇다고. 난 일본가서 3개월만 살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위를 했는데....
일본에 온지 3개월이 지났는데, 지금은 어떤가? 아마도 어느날 갑자기 일본어가 술술 나올 줄로 믿고 있지는 않은가.!
<카메지마 한국학교> 나고야 한국학교. 여기서는 주로 한국어 강좌가 열리지만, 일본 브란티어 그룹이 시설을 대여해서 일본어 강좌를 열기도 한다.
3개월 동안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을 다녔다. 그 중에는 일본인 브란티어들이 운영하는 일본어 교실이 대부분이지만...이쪽은 대개 일주일에 1회 수업을 한다. 어떤 곳은 강좌 수가 10개 가까이 되는 곳도 있고, 또 어떤 곳은 나 혼자 하는 곳도 있을 정도로 천차 만별이다. 예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았다는데, 요즘은 중국인이 많다. 영어학원이 모여있는 지역에는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쪽 사람이 많고, 음식점이 많은 곳에는 중국인이 많다. 여기에 오는 중국인은 대부분 일하러 온 부류. 일본인과 결혼한 라투비아 인 아줌마도 있지만.
<아이치 플라자> 아이치 플라자 일본어 브란티어
브란티어로 참가하고 있는 일본인들도 천차만별이다. 정년퇴직한 노인, 한국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한류 연속극에 관심이 많으은 아줌마 등등. 그 중에서 한 곳은 나혼자만 다니는 곳인데, 이곳에 나오는 브란티어는 재일교포 2세이다. 나이가 70에 가깝다.
<아이치 일본어 그룹> 아이치 프라자에서 갸최되는 일본어 브란티어의 수업 모습
자기가 어릴때 학교 다니면서 받았던 설움들은 누군가에게 반대로 베풀고 싶다는 할아버지....수업을 마치면 언제나 점심을 함께한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점심값은 자기가 낸다. 일본와서 더치페이에 익숙한 나를 비웃기나 한듯이...."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어. 신경쓰지 마." "언제 가족과 함께 식사하지." 그래서 식구들 데리고 함께 만난 적도 있구. "한씨(이분은 날 이렇게 부른다). 한번은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면 오세요. 함께 술한잔 하자." 고 전화해서, 결국 일본 아가씨 있는 술집에서 2차까지 한적도 있었으니.
하지만, 한 주에 한번씩 하는 수업으로는 도무지 성이 차지 않아, 일본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외국인 등록증이 있으니 다른건 필요없고 사전 테스트만 받아서. 일본어 학원이란 대개 외국인 학생들이 일본에 유학하기전 일어를 공부하는 곳인데, 1개월에 보통 5-8만엔 정도를 받는다. 수업은 아침반은 9시부터 1시까지, 오후반은 1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하루 4시간이다. 비자가 학생비자이기 때문에 학교를 퇴학 당하면, 추방된다. 그래서 출석관리도 엄격하다. 1개월에 10% 이상을 결석하면, 퇴학 당할 정도로. 그래서 출석에는 정말 신경쓴다.
<나고야시 여성회관> 나고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일본어 블란티어 수업이 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각각 20여개씩의 일본어 프로그램이 있다.
내가 이곳에 간 이유는 이곳에 있는 동안 보다 집중적으로 일본어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실제로 유학생들이 외국에 가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가 궁금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글은 이런 연유로 전혀 재미는 없겠지만, 관심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까봐 여기에 적어 둠>.
나고야의 경우는 3-4곳이 있음(대부분 동경이나 오사카 쪽으로 많이 가고 이곳은 연줄이 있는 사람 위주로 오는 것 같음). 예전에는 한국 학생들이 많았으나, 요즘은 중국학생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 같음. (브란티어에 참가하는 중국인은 일하러 온 사람들이고,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지만, 여기에 온 중국학생들은 부유층의 자제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함). 모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대학원으로 바로가게 되고, 모자라는 일어는 학교에서 특별과정 수업을 받지만, 대학을 다니지 않고 오는 경우는 이런 학원을 거쳐 대학을 가게 됨.
일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 그 중에는 작년 아이치 박람회에 파견되어 왔다 일본에 눌러 살려고 학원에 등록한 요르단의 야콥, 교사 생활을 하다가 왔다는 파키스탄의 상제아, 할아버지가 중국음식점을 한다는 왕시원, 연변에 사는 중국교포 사이, 미용사로 일하다 서른이 넘어서 온 사람, 회사를 다니다 생활의 변화를 주고 싶어서 왔다는 한국의 노처녀 등등 .. 건데 문제는 중국이나 한국은 어느 정도 한자를 이해하지만(물론 요즘 젊은 친구들이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파키스탄이나 요르단 친구는 한자는 정말 처음보는 글자라 힘이 드는 것 같았다.
어떤 경우는 말은 나보다 훨씬 잘하지만, 독해시험 보면 전혀 못하는 외국인 친구도 있고. "한상,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한자를 잘 알아." 그들은 나를 신기해 하기도 한다. 말도 잘 못하면서 어떻게 문장을 이해 하냐고. 하지만, 나름대로의 목표를 가지고 외국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살아가는 젊은이를 볼 때 한편으로는 부끄러움과 부러움도 느낀다. 한달에 10여만원의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해나가는 그들을 볼때 격려를 보내고 싶어진다.
나도 좀 더 젊을 때 저렇게 한번 살아 보는건데. 어쩌면 그들은 날 부러워 하겠지만... 그들은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어쩜 저렇게 나이 먹은 사람이 여기에 뭐하러 왔냐고 생각하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언제 다시 그들을 만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앞날에 희망이 함께 했음 좋겠다.
빨리 일본어를 잘 했으면 좋겠다. 이제 공부는 어느 정도 한 것 같으니까, 실제로 일본사람과 이야기 하는 기회만 늘리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언젠지는 모르지만, 이런 저런 경험과 배움이 내게도 완전한 말문을 터게 하는 날이 오리니. 어쩜 이것이 20여년 생각해온 나의 일본행 목표였는지도 모르겠다.
<200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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