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수기/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에서 살면서 (1) - 학교 이야기

은퇴한 교수 농부의 일상과 추억 2007. 12. 27. 22:16

  시간은 잘 지나가고 있습니다. 벌써 5월의 중순이 넘었네요. 이민가방 달랑 2개 들고 여기에 온지도 벌써 2달 반이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좌충우돌하면서 보낸것 같네요.

 

  남의 나라에서 버틴다는게 거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음을 느낍니다. 그래도 이제 대강 사람사는 집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준비하는데 2달이 걸린 것 같네요. 남들이 외국가서 살면 살림 장만하는데 두달, 그리고 정리하는데 한달이 걸린다고 했는데, 그게 딱 들어 맞은 것 같습니다. 좀 있으면 다시 정리 해야 겠지만...

 

  생전 처음으로 긴 시간 외국에 나와 살면서 느낀 것들을 남겨 놓고 싶어서 솔직한 느낌을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메일을 제외한 편지를 써 본지는 아마 20년이 넘은 것 같구, 수첩에 몇자 걸적거린거 말고는 대학 졸업 이후에는 일기도 안쓰고 살아왔는데, 그리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에다 중학교> 아들이 다닌 공립 우에다 중학교

 

  여기에 오면서 가장 큰 문제는 혼자오느냐 가족과 함께 오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결국은 혼자 지내면서 비싼 일본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 보다는 마누라가 같이 와서 밥값이라도 아끼자고 함께 왔는데...그래서 마누라는 자기가 밥순이라고 합니다 만. 큰 놈도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결코 자기가 오지 않겠다고 해서, 또 고등학교 2학년이라 입시 문제도 있구해서 떼어 놓고 왔습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큰 얘도 지금까지 엄마가 사육시키다시피 했으니까 이제 혼자서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할 시기가 온것 같기도 해서 기숙사에 두고 왔습니다.

 

  인터넷 덕분에 채팅도 할 수 있고, 통장도 여기에서 체크해서 모자라면 인터넷뱅킹으로 입금시킬 수 있는 세상 덕분에. 또한 언제나 학교 특히 식당의 실시간 모습을 여기서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담임선생님과 상담도 할 수 있고, 학부모들의 카페도 있어 별 어려움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동네 모습> 우리가 사는 동네. 도요다시에 가까워 원룸 아파트가 많다.

 

  문제는 둘째 아들이었는데, 이 놈은 일본말도 잘 못하지만, 자기가 일본가서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어요. 처음에는 이지매니 뭐니 남들이 겁을 줘서 잔뜩 긴장했는데, 실제 학교를 보내보니 그렇지가 않네요. 한국에서 보다 훨씬 재미 있다고 합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학교 까지는 의무교육인데, 한국과의 차이를 몇가지 생각해 보곤 합니다.

 

  우선은 시내에 있는 학생들은 무조건 학교를 걸어다닙니다. 물론 학교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배정됩니다. 따라서 버스를 타도 안되고, 택시는 더더욱, 자전거도 탈 수 없으며, 부모가 승용차로 데려다 주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는 언제나 엄마가 얘들 기사였는데...

 

<일본의 학교 교실> 일본 중학교의 모습 

 

  두번째는, 학교에는 전자제품은 어떤 것도 가지고 다니지 못합니다. 휴대폰은 물론이고 시계도 차고 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빈부의 격차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전자사전도 가져갈 수 없다고 해서 "우리얘는 일본말이 어려워 그러니까 어떻게 안되겠냐"니까 "시험기간을 제외하고는 일부수업에는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꽃> 집 주변 개천가, �꽃이 피면 꽃맞이를 나온다.

 

  세번째는, 공부가 그리 빠듯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하고 과외까지 하는 학생도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누구나 다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모두들 부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한가지 이상의 취미활동 내지는 클럽활동을 하는데, 이것은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대학은 올해 못가면 내년에도 다시 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부활동은 다시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때 느끼는 기쁨과 행복에는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하네요. 그래서 모두들 열심히 하고 있어요. 물론 야구나 축구 선수들도 이렇게 공부하면서 학교 생활을 합니다. 그래서 인지 스포츠 스타가 나중에도 인기가 있고, 저명 인사가 된 사람도 많이 있다네요.

 

 

<미술부 활동> 미술부 활동을 하면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아한다.

 

  이외에도, 촌지가 절대 없다거나 정말 계획적으로 학습활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에 담임이 우리집에 가정방문을 왔는데, 선생님은 집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부모가 방문 혹은 현관문을 열고 선생님은 밖에서 이야기 합니다. 물론 오차 한잔도 마시지 않습니다. 이유는 차를 마시면 소변이 마려워서 다니기 어렵다는 이유를 달지만...

 

 

<만화> 아들이 그린 만화 한컷

 

 

 

 

  물론 이런 것들이 다 좋은지 어떤지 나도 잘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느낀 것은 이렇습니다.

 

  오늘은 승짱이 홈런을 쳤습니다. 난 원래 야구를 좋아하는데, 이승엽과 이병규를 자주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야구장도 언제나 가득차고, 누구나 좋아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학교 시절에 부활동을 하면서 몸에 밴 스포츠 맨십이 나이가 들어서도 살아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인 나는 야구를 좋아하는데, 중학교 2학년인 아들, 심지어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아직도 야구 규칙을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야구 중계도 혼자보고 나고야 돔에도 혼자 갑니다. 

다음에 언젠가는 야구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007,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