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수기/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에서 살면서 (2) - 온천 이야기

은퇴한 교수 농부의 일상과 추억 2007. 12. 27. 22:18

  오늘은 비가 내렸네요.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는거 보니까 여긴 아마 장마가 시작되나 봅니다. 지난번 글에서 다음은 야구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요즘 이곳 한국 선수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서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온천 여행기를 적어봅니다.

 

 <게로 풍경> 기후현에 위치한 게로온천 마을의 모습

 

  일본여행 하면 흔히들 온천여행을 떠 올립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좋은 온천에 자주 갈 수 있어서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온천이 좋고 많이 있다고 해서 자주 갈 처지도 아니었기에 언젠가는 꼭 제대로 된 온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집가까이에도 500엔하는 센토(공중목욕탕)와 온천의 중간쯤 되는 곳이 있어서 자주 들리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목욕탕일 뿐이고...

 

<합장촌> 게로 온천 내에 있는 전통가옥. 다른 곳에 있는 것을 이곳으로 옮겨다 놓았다. 눈이 많은 지역이라 지붕의 각도가 광장히 가파르다.

 

  일본 텔레비젼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유명 연예인들이 온천여행을 하는 프로 그램을 방송하고 있는데, 대개는 전통 일본온천에서 온천하고, 식사하고 하는 뭐 이런 내용입니다. 나도 저런 곳에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좀 처럼 기회가 없었네요. 물론 기회가 없었다기 보다는 돈이 겁이 났겠지만.... 일본의 전통여관은 호텔보다도 가격이 비싸서 1인당 1박 2식에 3만엔 이상 하는 곳도 않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호텔은 방하나에 얼마 로 계산하지만 여기는 모든 것을 철저히 개인당으로 계산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일인당(히도리 마에)를 좋아하느냐 하면 부부가 같은 침대를 사용해도 이불은 따로 사용하고, 자판기에도 한번에 하나씩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기 것은 자기가 누르라고. 두 사람이 우산을 쓰고 가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으니까.

  

 <오미야게 가게> 향토 선물을 파는 가게. 어떤 관광지를 가도 다 있다

 

지난 주에는 아들이 학교에서 2박 3일간 야외 학습을 떠났기에 이 기회에 둘이서 온천이나 다녀오자고 1달 전부터 계획을 세웠습니다. 계획이란 것은 어떻게 하면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제대로 된 일본 온천을 경험할 수 있느냐는 것이겠죠. 여행사도 많고, 여행 상품도 워낙 다양해서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돈이 많이 들어가게 되거든요. 아직 별로 아는 곳이 없는 관계로 최근에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토대로 멀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곳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게로(下呂)온천입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다시 확인전화(방의 종류, 식사, 교통 편 등등 꼬치꼬치 물어서 힘들었지만)를 받고 결정을 했습니다. 호텔은 1박 2식에 1인당 15000엔 짜리로(물론 여기에 부가세가 별도로 붙습니다)...그리고 교통편은 내가 알아서 가는 걸로.

 

<수명관 호텔> 게로온천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 수메이간이라고 부른다.

 

  게로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초행이라 운전은 포기하고, 마누라가 버스도 싫다고 해서 결국은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특급을 타면 1시간 20분 정도에 가지만 요금이 4000엔 정도니까 두명이 왕복이면 16000엔이라. 우리 돈으로 금방 계산해도 13만원 정도.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중간에 몇번 갈아타는 보통 열차를 타기 위해 '열차시간표'라는 두꺼운 책을 사서 연구를 했지요. 시간은 특급보다 1시간 이상이 더 걸리지만 반값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기후란 곳까지 쾌속열차로 간 다음 보통열차로 갈아탔는데. 아 딸랑 2칸짜리. 예전의 비둘기호 통근열차 수준이네요. 하지만 텅빈 열차를 타고 구비구비 강변을 달려가는 맛은 괜찮았지요.

 

 

<게로행 원만전차> 기후에서 게로로가는 원만(한사람의 기관사가 운전과 간이역 개표를 담당하는 전차

 

  게로온천이란 곳은 내가 살고 있는 나고야에서 별로 멀지 않는 곳인데, 예전부터 일본의 3대 온천으로 꼽힐 정도의 온천이었다지만, 사실 나도 여기에 와서야 알 았으니까 요즘은 그다지 유명한 온천이 아닌가보네요. 게로역에서 내리니 담배 한대 피울 여유도 없이 마중나온 호텔 버스가 기다리고 있네요. 기모노 입고 도열한 종업원의 90도 인사를 받으며 호텔에 입성. 호텔 방은 다다미로 된 방인데, 전망도 좋고, 날씨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기모노 입은 종업원이 들어와서 큰 절로 인사를 하네요.이제 빨리 온천에 온천에 몸 담그고 싶어서 준비된 유카타를 입고 온천으로 갔어요. 내가 묵은 호텔은 2개의 노천온천이 있었는데, 하나씩 정복 하기로 하고 우선 아래 층으로 내려갔어요.

 

 

 <유카타> 온천에서 입는 유카타

 

 평일이라 텅빈 온천에서, 물은 좋은지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탕과 노천을 왕복하면서 여우만만하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온천관리 아줌마가 들어오네요. 나 참 기가 차서....가끔 여기 온천이나 사우나에서 느낀 거지만, 남탕에는 여자들이 자주 들어와요. 어떤 사우나에는 �밀이 혹은 안마 장소가 탕 안 쪽에 있는데, 수영복 입은 아가씨가 태연하게 들락 거리거든요. 나만 움추리지 다른 사람들은 그냥 탕안에서 "물이 뜨겁다." "온도가 적당하다." 등등 같이 이갸기도 하고 그래요. 암튼 1차 온천을 마치고 방에 들어오니 이부자리가 깔려 있네요. 참 서비스가 좋다고 생각 하면서 저녁 먹으로 갔습니다. 엘리베이트 속에서 "와 이리 비잡노."  왠 반가운 경상도 아지매 말소리가 들리는 터라 깜작 놀랐지요. 부산에서 부부 5쌍이 왔다네요. 얼매나 반갑던지.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식당이 다른지라 헤어지고 말았네요. 나도 나중에 저렇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무료 족탕> 게로 온천 마을 내에는 여러 곳에 무료 족탕이 있다. 

 

 저녁은 처음부터 부페식으로 정했지요. 물론 일본 온천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통 회석요리를 먹어야 하지만, 양이 너무 적어서 기별도 안갈 까봐. (온천의 회석요리는 방에서 먹을 수도 있고, 식당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가격 차이가 나고 좀 비싸요). 생맥주 한잔 시켜서 마시니 꿀맛이네요. 일본의 맥주는 맛이 좋거든요. 특히 생맥주는...그런데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술값이 장난이 아니네요. 저녁 시사 후에는 다시 온천으로 갔습니다. 본전 찾으려고. 그런데 나오려는 순간 아까 만난 부산 아저씨들을과 조우를 했지요. 가랑비가 내리는 노천 온천에 누워서. 왠 말들이 그리 많던지. 10명이 맞춤 여행을 왔다네요. 한국 사람들은 일본 여행하면 대개 동경이나 오사카, 아니면 상대적으로 가까운 후쿠오카 쯤으로 가는데 여기까지 온것을 보면 준비를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밖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되어서....

 

 <게로 온천 거리> 게로 온천 거리에서

    

  다음 날은 온천 주면을 돌아 다녔습니다. 게로에서 한시간 정도가면 다까야마라는 또다른 유명한 온천이 있지만, 그냥 여기서 구경이나 하자고...절과 박물관, 민속마을 등등을 다니다가 다리가 아프면 길거리에 늘린 무료 족탕에서 발 온천 하고...역으로 돌아오는 다리를 건너는데 다리 밑에서 누가 벌거벗고 목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야 이게 진정한 노텐부로(노천온천)이다!!!!!!!!

처음엔 미안해서 사진도 못찍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옆에서 아가씨는 태연하게 사진을 찍고 있었네요. 그래서 나도 혼자 온천 남자 사진을 담아 왔지만.  

 

<노천온천> 강가에 자리잡은 노천 온천에서 혼자 목욕하는 사람. 주변에는 여자들이 보고 서 있다.

 

 

 

<2007,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