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수기/일본에서 살면서

[스크랩] 일본에서 살면서(5) : 니모츠 이야기

은퇴한 교수 농부의 일상과 추억 2007. 12. 27. 22:28
니모쯔란 하물(荷物) 혹은 화물(貨物)
다시말해 짐을 말한다.
짐은 통상 사람 또는 운송수단이 운반하는 물건을 가리킨다.
이런 들것에 관해서 말하자면 나도 참 할 말이 많다.

일본 사람들은 뭘 들고 다니는걸 무지 좋아하는 것 같다.
츨근길에 보면, 아무 것도 들거나 메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심지어는 가방에다 종이박스나 비닐 박스
거기에 모자라면 우산이라도 들고 다니다.

처음에 양복입은 사람들이 등에 쌕을 메고 다니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
지금이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우리(아니 나는)는 양복을 입으면 으레히 각진 가방을 들어야 맵시에 맞는 줄로 알았는데,
여긴 하나 같이 등에 매는 쌕 일색이다.
내가 참가하는 연구모임 같은데를 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쌕을 메고 온다.
처음에 넘 이상했는데, 이젠 자꾸 보니까 그것도 익숙해진다.

나는 니모쯔(들거, 짐, 혹은 가방)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다.
고등학교 다닐때.
어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난 뭘 들고 다니는걸 너무 싫어 했다.
고등학교 초기는 외가집에서 얹혀서 살았는데
주말에 집에 오면 언제나 어머니가 잔뜩 싸 주신다.
그때 그시절엔 그것이 얼마나 싫었던지.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가 해 줄 수 있었던게 그것 뿐이 었느지도 모르는데,
대부분은 먹고 살 양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집에 내려오면 일요일 오후에 가지고 갈 짐에 대해서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지곤 했다.
"이것은 가지고 가서 먹어야 한다."
"그것은 가지고 갈 수 없다."
늘 그런 사소한 문제로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이곤 했다.
대개는 쌀포대와 김치, 그리고 반찬들 이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그런걸 가지고 가는걸 싫어 했던지.
아마도 그때, 오후에 올라가는 버스, 아마 1시 30분과 3시 30분이 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같은 버스를 타고 같던 것 같다.

뭔가를 들고 가는게, 그때는 무지 싫었다.
내가 그때 살 던 집은 예전 대륜고등학교 뒤쪽이었는데
예전 남부 정류장(범어동)에서는 걸어갔었고
지금의 남부정류장에서는 수성동에서 내려서 집까지 갈려면 아마
20-30분은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륜학교 담을 지나서 가던 그 긴 길에 어깨에 얹혀진 쌀 보자기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던지....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쌀 보자기를 짊어진 어깨위의
무게보다는 남들에 보는데 대한 쪽팔림이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것을....

난 아직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뭘 들고 다니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단지 가방 하난 정도 들고 다니는 것 이외에는
아마도 그때의 생각들이 남아서 일까....
지하철을 탈때마다 난,
이 사람들이 뭘 저렇게 많이 짊어지고 다닐까를 생각해 본다.
내용물은 정확하게 다 알지는 못하지만..,
이사람들은 차에 타면 가방에서 책한권씩을 꺼내 읽는다.
다른 건 몰라도 책은 한권씩 들었구나 라고 이해하고 싶어진다.

일본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은 정말 다양하다.
아무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핼지는 신경쓰지 않는것 같다.
물론 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나
보통 여성들이 들고 다니는 백은 비슷한 감이 있지만....
그리고 장마철에는 대부분 우산을 가지고 다닌다.
난 가방속에 보이지 않도록 해서 가지고 다니긴 하지만.
가방 하나만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기본 가방에다 보조백, 그위에 종이 백이나 다른 짐들도 함께...

나도 이젠 사각 가방 말고, 등에 메는 쌕을 하나 사고 싶다.
이런 저런걸 넣고 다니고 멀리 다니는데는 그게 더 편해 보인다.
이젠 아무 생각않고 메고 다딜 수 있을 거 같다.

다음 주에 큰 아들이 방학해서 잠깐 들린다.
난 어쩌면 신라면 하나라도 더 챙겨 왔으면 하는데
아들은 이게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여기서 싸면 다 비싼데....

지금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어머니가 뭐라도 더 챙겨 주고 싶어했던 그 심정을
아마도 지금이라도 내가 원하고, 어머니가 보내는 방법을 아시면,
동네 있는 모든 먹을 것이라도 다 보내 주실텐데...
이게 나이를 먹는다는 건가.
오늘도 그 시절의 니모쯔를 생각해 본다.
출처 : 淸道梅田中서울경기同門會
글쓴이 : 한상길(3회-금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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