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도야코(洞爺湖)에서 하코다테(函館)로
도야코에서 온천을 하고 다시 역으로 돌아 나왔다. 점심도 먹지 못한채. 오후 3-4시에는 식당이 문을 연곳이 없다. 라면이라도 한그릇 먹고 싶었는데 모든 음식점마다 준비중이라는 팻말이 걸렸다. 어쩔 수 없이 도야역에서 빵하나 사서 열차에 올랐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일정 하코다테다. 역 1시간 40분 정도가 걸린다.
하코다테 도착 6시 24분, 벌써 어둠이 내린다. 여기서 내일 새벽 3시 40분 열차를 타고 아오모리로 내려가야하는데, 이밤에 뭘하지. 일단 배가 고파 먹을 곳을 찾아 나섰다. 여행 안내책에 유명한 라면집이 있다고 해서 찿아다녔다. 그런데 역 주변을 두바뀌 돌 동안에도 찿을 수 없었다. 뭐가 잘못 된 것인가. 그런데 결국 찾긴 했는데 그집은 오늘 휴일이란다. 이를 어쩌나. 이때까지 한번도 라면을 먹지 못해 꼭 먹고 싶었는데, 마누라는 삿포로에서 라면을 먹지 못했다고 투덜대고 있는데...
결국 역 가까이에 있는 불켜진 라면집으로 행했다. 용봉(龍鳳) 이름 한번 거창하다. 조그마한 라면 집이었지만 그래도 맛은 괜찮다. 배가 고파서 인지, 이 집 옆에서는 '부산댁'이라는 한국음식점이 있었다. 나오는 길에 저고리를 입은 한국 아줌마가 자기 집에 오란다. 하지만 더 이상 들어 갈 곳이 없는데 어떡하나...
하코타테의 횟짐, 바닷가라서 인지 다양한 활어 회가 있는 것 같다. 이제 할일은 뭔가 하코다테 로프웨이에 가서 야경을 보기로 했다. 그것 말고는 더 이상 할게 없는 것 같다. 라면집에서 전차(하코다테에는 전차가 있다) 물어 보았는데, 아마도 갈 때는 전차가 있지만 내려올 시간이면 전차가 끊어 진단다.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 야간 관광버스가 있다. 8시가 마지막 차라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관광버스는 떠나버렸다. 아마도 나의 일본어 실력이 좀 부족했나 보다. 그 버스를 타면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어쩔 수 없이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일단 로프웨이 표를 사고. 왕복 1,160엔. 좀 비싸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올라가지 않을 수도 없고..
하코다테 로프웨이를 타고 산에 올라가서 보는 하코다테으 야경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사진 찍는 기술과이 서툴러서 야경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이젠 더 이산 구경할 곳도 없고 내일 새벽까지 견디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여기서 오래 머물러야 했다. 마지막 하행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왔다. 주변에 유명한 건축물이 많다고 했는데..밤이라서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나서 보기로 했다. 버스 타고 오면서 보니까 하코다테 역까지도 그리 먼 거리도 아닌 것 같고, 일단 걸어보기로 했다.
역까지 걸어 걸어 도착했는데 아직 10시밖에 안됐다. 이제 어쩌나 내일 새벽까지 역 구내에서 노숙자처럼 앉아 일단 버티기로 했다. 12시가 지나자 전차가 끊어지고 점점 적막해지고 있다. 기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춥다. 가까운 호텔에 가서 몸이라도 녹이고 갈까. 일단 버틸때까지 버텨보자, 그리고 최후의 수단 이자카야에 가서 문닫을 때까지 보내는 거다. 하코다테 역 주변을 돌아 다니면서 봐둔 '와라와라'라는 체인 이자카야가 2시까지 한다고 되어 잇었으니까. 12시에 역 대합실에서 나왔더. 적막 강산이다. 이자카야에 가서 나마비루(생맥주) 한잔을 일다 시키고.. 역시 삿포로 맥주는 시원하다. 새벽 기차를 타고 내일 아침까지는 자야하니까 먁주보다는 소주를 한잔 마시기로 핬다. 25도짜리 일본 소주, 대개 이 술은 일본 사람들은 미즈와리(물과 얼음을 타서 마시는 것)로 마신다. 생맥주 한잔이 300엔(세금 포함 315엔)이니까 750엔짜리 소주를 시키면 술값도 절약되고 또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으니까. 이자카야에서 팔고 있는 일보 소주도 다양하다. 비싼 것은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정확하게 술맛을 모르는 사람들은 체인점에서 만들어 파는 소주를 시키는 것이 그래도 싼 편이다. 아라와라소주 세금포함 788엔. 결국 다 마시지 못하고 남은 술은 물 병에 넣어 나왔다. 기차에서 잠 안오면 마실려고..
이자카야 와라와라에서 먹은 영수증, 두사람잉 3,413엔을 먹었으니까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다. 그런데 소주 마시면서 시켰던 얼음 값이 210엔이다. 쯧쯧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실걸 그랳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