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수기/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에서 살면서(37)-마지막으로

은퇴한 교수 농부의 일상과 추억 2008. 2. 23. 15:24

   나고야에서 돌아온지 한달이 지났다. 돌아오기 전에 '한 1년 정도만 더 여기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처음 일본에 올때 20살에 일본에 가서 지금 85세인 큰어머니께서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일본에서 살아보는 것은 좋은데, 1년으로는 좀 부족할 것이다. 적어도 2년 이상은 살아야 이곳이 한국과 다르고, 일본이 어떤 곳인지 알 것이다"고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나도 일년 정도만 더 지낼 수 있으면 말도 좀 더 완벽하게 하고 우리와는 다른 뭔가를 더 이해 할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1월 6일 친구들이 돌아가고, 다음 날 가족이 돌아갔다. 난 12일에 그동안 결산을 의미하는 연구회의 발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한 주를 더 머물게 되었다.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이지만, 그 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 여행을 다니고 싶었다. 오사카에 가서 인사를 하고, 몇 곳 관련 기관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본에 오기 전부터 약속을 해두었던 돗토리에 사는 친구를 방문하기로 했다.

 

  와이프를 보내고, 그동안 신세를 진 스스키 상과 몇몇 몇몇 일본인들이 송별회를 해 주었다. 끝까지 챙겨주는 그 분들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긴끼대학에 들러 인사를 하고 돗토리로 향했다. 특급열차로 오사카에서 4시간이나 걸리는 곳으로...가라요시 역에 신지 선생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 분과는 일본에서 한번, 그리고 한국에서 2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모처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언제나 더치패이를 하는데, 이 분은 그날 호텔비며, 음식값에 술값까지를 모두 본인이 지불했다. '아 이런 일본 사람도 있구나'

 

  하루 정도 그 쪽에서 머물면서 온천도 즐기고 여행도 할 여유가 있었지만, 토요일 발표의 중압감 때문에 다시 오사카로 돌아왔다.  처음 생각은 혼자서 육쿠리하게 놈비리 하고 싶었는데...사람 일은 모든게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오사카로 돌아오는 길엔 고속버스를 탔다. 정말 편안하다. 아무에게도 전화벨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그리고, 아무도 전화하는 사람이 없다. 중간 휴게소에 시는 시간에는 저마다 전화하기에 바쁜 것 같다. 아 역시.

 

  어젠 일이 있어 지방에 내려갔다. 요즘 한국에 돌아와서 변한게 있다면, 대중 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반드시 이어폰을 가지고 탄다. 이어폰이 없이는 전철이나 버스에 타고 있는 것이 겁이난다. 무슨 전화 통화가 그리도 많은지. 내가 왜 상관없는 그들의 사생활 반을 들어야 하는지(상대에게 걸려오는 반은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정말 짜증이 난다. 어젠 바삐 가느라 이어폰은 챙기지 못했다. 대구까지 가는 1시간 30분 동안 전화 소리가 들리지 않은 시간이 단 1분도 없었던 것 같다.

 

  일본에서 차를 전차이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전화 벨 소리를 들어 본적이 아마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지하철 안은 전파가 잡히지도 않는다. 지상으로 달리는 전차의 경우에도 전화벨 소리는 거의 없다. 혹시 전화를 받는 사람도 즉시 끊어 버린다. 더 바쁘면 다음 역에서 내린다. 아니면, 전차 안이니까 곧 걸겠다고 하면서 끊는게 보통이다.

 

  난 전화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툭히 집에 전화 할때는 30초면 충분하다. 전철에서 전화를 오면 받지 않는다. 급한 경우에는 문자 메세지를 이용하긴 하지만... 우린 언제 쯤 열차나 지하철에서 남의 사생활이나 업무 이야기 안듣고 조용히 갈 수 있을까.

 

  동대구역에 내렸다. 청도가는 무궁화 열차로 환승을 하는데, 환승 시간이 30분이나 남았다. 차편이 별로 없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이해를 하지만, 같은 방향이면서도 환승하는 곳은 KTX에서 내려서 계단을 올라서 다시 다른 플랬폼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개찰 한 후 플랫폼 내부에는 화장실도 없다. 화장실에 다녀 올려면 다시 개찰구 밖으로 나가야 한다. 정말 불편한 시스템이다. 그런데다 몇 십분에 한대 꼴로 들어오는 열차도 KTX 말고는 대부분 연착을 한다. 그러니까 환승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지도 못한다.

 

  일본은 정말 전차 천국이다. 전국어디를 가더라도 전차로 갈 수 있다. 500엔 하는 열차 시간표 한권이면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이동 할 수 있다. 1-2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역에서도 언제나 제시간을 맞춘다. 환승을 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내린 플랫폼의 반대 쪽에서 환승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쾌속열차와 보통열차의 환승도 정말 편하게 되어 있다.

 

  가끔 서울에 가는 길에 안양에서 전철을 타면 보통 열차도 있지만 급행열차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급행열차는 용산역까지 밖에 가지 않기 때문에 그 다음 역으로 갈 경우는 중간에 보통 전철로 갈아타야 하는데, 갈아 타려면 꼭 계단을 오르 내려야만 한다. 전철 소음에, 휴대폰 통화 소리의 짜증에, 게단 오르락 내리락까지...그런다고 걸어 갈 수도 없고, 언제쯤에 좋아 질 수 있으려나.

 

  흔히 일본은 가깝고도 먼나라라고 한다. 분명 과거사는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재 아닐까. 잊을것을 잊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하는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으로 나의 일본 생활 체험이야기는 맺는다. 다음 주에는 동경에 다니러 간다. 그래도 그것은 여행이고, 일이지 생활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