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살면서(31) - 나가노 여행기(1)
일본 생활이 얼마 남지않은 지난 12월 25일에 나가노를 가기로 했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의 마지막 가족 여행이었다. 3명이 멀리 움직이는 것은 교통비가 꽤 많이 든다. 어떻게 하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청춘18 열차를 타기로 했다. 청춘열차는 방학때만 이용할 수 있는 특별티켓이다. 5장이 한세트로 되어 있어, 혼자서 5일을 여행하거나, 5명이 한번에 여행 할 수 있다. 이표를 이용하면 출발역에서 티켓에 도장을 찍어면 어느 역에서나 내리고 탈 수 있다.
물론 혼자는 12월 10일부터 1월 20일 사이라면 어느 때라도 5일간 기차를 탈 있다. 체력만 바쳐준다면, 새벽부터 밤늦께까지 열차를 이용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칸센이나 특급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에 많은 거리를 다니기는 어렵다.
<청춘 18 열차표> 5개의 칸에 한번씩 이용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 준다.
청춘 열차를 이용하기 위한 안내서 들도 여러 종류가 있다. 여기에 보면, 초보자 용, 중급자용, 고급자용으로 나누어 1박2일, 2박 3일씩과 같은 추천 코스도 나와 있다. 물론 외국에서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면 외국에서만 살 수 있는 신칸센과 특급까지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 여행자용 JR테켓도 있다. 이 티켓은 단기 외국인 여핸자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1년 비자를 받은 나는 사용할 수 없다.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그 티켓으로 일본 일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청춘 18 열차표 안내 책자> 이 표를 이용해서 여행 할 수 있는 안내 책자이다. 서점에서 팔고 있으며, 여행일정의 예와 철도 노선도 등이 있다.
여행을 가기 전에 열차 시간표를 구입해서 계획을 세웠다. 열차 시간표는 어느 서점에서나 판매한다. 전화번호부 만한 두꺼운 책에서 부터, 포켓용까지. 전국 열차 시간표와 지역별 열차시간표도 있다. 청춘열차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열차시간표를 확인해 면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어렵다.
<열차시간표>전국의 JR 전체 노선의 시간표가 나와 있다.
<시간 계획표>여행목적지와 열차 시간을 확인해서 면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수.
예정대로 아침 일찍 출발했다. 집에서 가까운 츠루마이(舞鶴)역에서 중앙선 열차를 탔다. 나가츠가와(中律川)역에서 내려 마스모토(松本)행으로 갈아 탔다. 일본의 전철을 갈아타는 방법이 아주 쉽게 되어 있고, 또 시간표를 잘 확인하면 5분이내에 환승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나가츠가와에서 마스모토 까지 가는데 1시간이 좀 더 걸린다.
<완행열차>사람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구간에는 1-2량짜리 열차가 있다. 기관사 혼자서 운전하고 차비도 받는 원만(원맨)열차가 대부분이다.
마츠모토에 내렸다. 마츠모토는 나가노와 일본의 중앙 알프스, 그리고 나고야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도시다. 이전 카미코지(上高地)에 다녀 올 때 차로 지나친 적은 있지만, 처음 가보는 곳이다. 마츠모토성(城)은 일본의 많은 성 들 가운데도 유�한 성으로 알려져 있다.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에 열차에서 내려서 성으로 향했다.
<마츠모토 성 입구의 상점가> 예전의 모습이 잘 보존 되어 있다.
<두꺼비 상> 일본에는 두꺼비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많은 관광지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 집에도 세워져 있다.
마츠모토 성은 멋이 있었다. 안에 들어가서 좀 더 찬찬히 보고 싶었지만, 나가노의 하쿠바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앞에서 사진 몇장 찍고 돌아서야만 했다. 마츠모토 성은 검은 색 단청으로 유명한 성이다. 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가 깊고, 길이가 길었다.
<마츠모토 성>검은 색으로 된 성과 해자에서 노는 새, 물론 물속에는 잉어도 많이 놀고 있다.
다시 마츠모토 역으로 돌아 왔다. 해지기 전에 하쿠바(白馬)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더 늦어지면 곤란하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표준시는 같지만, 우리나라 보다는 한 시간정도 일찍 해가 떨어진다. 겨울 철에는 저녁 4시경이 되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다시 보통 열차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미야게 상점> 일본인은 어디를 다녀오면 꼭 그 지방에서 나는 선물을 사가지고 간다. 이 향토색 나는 선물을 오미야게라고 하며, 전국 대부분의 역에는 이런 가게가 있다.
하쿠바로 가는 길에는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쿠바는 나가노 동계 올릭픽이 열린 곳이다. 일본에서도 분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곳이다. 기차가 점점 계곡을 따라 들어가자 눈이 많아잔다. 이번 겨울은 일본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은 영하로 내려간 적이 없으며, 12월 평균 기온이 10를 웃돌았는데도, 이곳은 신기하게 눈이 많이 내렸다.
<차창으로 본 눈 덮힌 산> 일본의 북 알프스 산에는 온통 눈 천지다.
<눈 덮힌 기차 길> 기차길도 예외는 아니다. 눈 길을 뚫고 기차가 달린다.
<하쿠바에서 본 스키장>동계 올림픽이 열린 스키장이 멀리 보인다.
미리 예약해 둔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예약 인터넷 시스템은 잘 되어 있다. 야후 여행이나 라쿠텐, 자랑 과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이 시스템에서 예약을 하면 전화로 직접 예약하는 보다 대부분 10-20%는 저렴하게 예약 할 수 있다. 여기에 비해 개별 호텔은 홈페이지가 없는 곳이 많다.
호텔 카운터에서 예약한 한(韓: 일본어 발음은 칸이다)이라고 했더니 잘 찾지 못한다. 내 발음이 서툴렀는지. 그런데 좀 이야기를 하다보니 종업원이 한국 사람이 아닌가. 대뜸 한국말로 하잖다. 얼마나 반가운지.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예약할 때 영문 이름으로 하는데, 한자로 되어 있어서 잘 몰랐단다. 그러데 이 사람은 이 호텔의 종업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호텔 안내를 친절하고 자세하게 해주었다.
<하쿠바 역> 우리말로는 백마역이다.
<신년을 준비하는 일본의 집> 신년에는 집앞에 대나무를 잘라 세우고 장식을 한다.
체크인을 하고 온천으로 내려 갔다. 이 호텔은 온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온천에 들어서자마자 한국 사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노천 탕에서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한국에서 왔어요." 한국에서 단체 스키여행을 왔단다. 이 곳은 동계 올림픽이 열린 곳이니까 스키장이 유명하단다. 산 전체가 스키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스키장도 여러개가 있어서 공용 리프트 권을 사면 산 정상에서 여러 곳의 스키장을 이용 할 수 있단다. 스키장도 크고, 雪質이 좋아 한국 스키 메니아에거는 대단히 인기가 있는 곳이란다. 난 그냥 한국의 백마가 생각나서 계획을 한 곳인데...
이곳에는 온천도 많다. 곧 곧에 온천이 늘려 있을 정도로. 스키와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할 까. 저녁 먹으러 레스토랑에 갔는데, 여기도 한국 사람 천지다. 많은 일본 호텔 레스토랑은 개별 음식을 제공하는데, 여기는 바이킹(부페)이다. 나도 일본 음식 조금 먹고는 왠지 양이 차지 않아, 바이킹을 택했는데, 한국 사람이 많이 오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앞에서> 다른 곳보다 엄청 추운 것 같다.
저녁 먹고 다시 온천하고, 멀리 보이는 스키장의 불빛을 감상하면서 휴식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