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수기/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에서 살면서 (19) - 등산이야기[계획]

은퇴한 교수 농부의 일상과 추억 2007. 12. 27. 22:53
나는 비교적(?) 산을 좋아하는 편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달에 몇 번은 산을 찾고, 일년에 몇차례는 10시간 이상의 산행을 하는 편이다. 그것도 안 되면 아파트 뒷산이라도 오른다. 일본에 오면서 몇번 쯤은 등산을 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혼자 산행을 가는 것은 무리기 때문에 결국은 온천이랑, 산행을 겸하는 여행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나고야는 분지로 이루어 졌기 때문에 간단히 산을 오를 수 있는 곳은 없다. 적어도 차를 타고 1-2시간을 나가야 산 같은 산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3,777미터의 후지산을 비롯해 높은 산들이 많이 있다. 특히 내가 있는 나고야의 북쪽으로 기후, 나가노, 토야마현으로 이어지는 일본 혼슈(本州) 중부에는 3,000미터 이상의 산들이 이어져 있다. 알프스와 닮았다고 해서 일본의 알프스라 부른다. 

 

 

  "가을이 가기 전에 일본의 단풍구경이라도 한 번 하는게 어때요?" 일본어 브란티어 미무라(三村) 선생은 9월부터 내게 일본의 산을 부지런히 설명해주었다. "혼자서 등산을 떠나기는 무리라서 좀 어렵네요. 하지만, 어렵지 않은 코스라면 가족이 함께 한번 다녀오죠." 수업시간 마다  지도와 여행안내 책자, 심지어는 신문에 딸려 들어오는 '찌라시'까지 들고와서 부지런히 설명한다.

    

 

한번 가긴 해야할 텐데....생각만 하고 있었다. 일본의 높은 산을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것도 단풍이 좋은 가을에...관광버스로 가는 무박산행이나 가볼까. 궁리 끝에 와이프와 타협을 했다. 3000고지를 가는데 70%는 리프트를 타고 가고, 나머지 두어 시간 등산하는 코스로 하자고.  

 

 

    일본에서는 메니아를 제외한 일반인들은 등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주말이면 유명한 산마다 엄청나게 몰리는 등산인파를 보는 우리와는 좀 다른 분위기다. 다른 놀 거리가 많아서인지 모르지만...그리고, 많은 유명한 산들에는 많은 곳에 리프트를 설치해 두고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것 같다.

 

  두 달 전부터 조사해서 예약을 했다. 아마 나도 일본 스타일로 변해가는 건지. 일찍 예약을 해 두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다. 잘 곳, 교통편, 코스, 식사. 모든 것이 만만치 않다. 생각나면 산에나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는 왠지 불안하다. 금요일에 출발해서 토요일에 돌아오는 1박2일 코스. 숙소는 노천온천이 있는 전통여관, 코스는 다카야마를 거쳐, 신호타카에서 묵고, 다음 날 리프트로 2,156미터 고지까지 가서 그곳에서 부터 2,909미터의 니시호타카(西穗高岳)까지 오른 후 반대편 카미코지(上高地)로 내려오는 코스로 정했다.

   

<2007,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