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수기/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에서 살면서 (18) - 마쯔리 이야기

은퇴한 교수 농부의 일상과 추억 2007. 12. 27. 22:51
 "한상, 주말에 시간이 있으면, 한다(半田)시에 놀러오세요. 5년만에 열리는 야마구루마(山車) 마쯔리가 있어요" 지난 주 새로운 브란티어로 만난 마츠시다 선생이 한 말이다. "외국인들에게는 일본을 이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오면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아침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전철역에서 산 스포츠 호치(報知)에 이승엽 선수가 일면을 장식하고 있다.

 

<스포츠 호치의 이승엽> 자이언트의 모기업인 요미우리신문에서 발행하는 스포츠 신문인 스포츠 호치의 1면에 실린 이승엽

 

  "초인적 파워 李승엽, 단기전의 귀신(鬼)"이란 제목과 함께 '시드니 올림픽, 한국시리즈, 일본 시리즈(지바롯데 시절), 그리고 WBC에서 증명했다'고 이례적으로 대서특필을 했다. 신문 한부를 사가지고 전차에 올랐다. 단기전의 귀신이란 표현 보다는 신(神)이란 용어가 어울렸을텐데. 물론 둘다 귀신이긴 하지만...

 

<한다역 앞의 축제> 메이테츠 한다역 앞에서 열린 공연. 엄마와 딸이 함께 공연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한다시는 나고야에서 전차로 약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인구는 그리 많지 않고, 대강 서울을 기준 한다면 군포시나 의왕시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도시이다. 

 

 <꼬마 무용단>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 꼬마 무용단

 

   일본은 어디가나 그 지역의 마쯔리가 있다. 물론 동경의 간다, 쿄토의 기온, 오사카의 덴진사이 마쯔리 처럼 일본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마쯔리는 수백만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도 하지만, 이 외에도 수많은 지역에서 계절별로 열린다.  이런 마쯔리 말고도 오봉을 전 후해서 마을 단위로 열리는 봉오도리(일정한 박자에 따라 주민이 무대 주변을 돌며 춤추는 행사)가 따로 있다. 

 

<우리 동네의 봉오도리> 덴파쿠구의 여름 봉오도리 모습


 원래 마쯔리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공경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드린다는 어쩌면 종교적 의미에서 시작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종교적 의미는 많이 퇴색하고 그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즐기는 일종의 축제로 바뀌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지역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축제 행사장의 먹거리> 어디가나 있다. 축제 행사장의 먹거리는, 대표적인 다코야끼

 

  물론 상업적인 부분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일본인의 특성상 많은 부분은 상업적으로 변질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지역을 대표 할 수 있는 뭔가를 계속적으로 유지해 나간다는 그들의 진한 향토애에 기초를 두고 있다. 마쯔리에는 어른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어린이들로부터 주부, 노인층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 같다.      

      

 

금년의 이곳 마쯔리는 5년에 한번씩 각 주변 지역의 山車(야마구루마라고도 하지만 다라고 읽는다) 31대가 모여 행진을 하는 행사가 있었다. 각 마치(마을)에서 산 만한 구루마들을 끌고 토요일에 집결하여, 행사하고 일요일에 돌아 간다. 이 구루마는 바뀌가 철로 되어 있어 굉장히 무겁고 방향 전환하는데는 많은 사람이 달라 붙어야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무겁다. 어린이는 앞에서 끌고 장정은 앞과 뒤에서 힘을 쓴다. 그리고 노인들은 뒤따르며 박자를 맞춘다.  

 

 

 

   우리나라에도 예전 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런 전통적인 축제가 많이 있을을 텐데, 산업화의 물결과 함께 사라져 버린게 아닌가 싶다. 옛부터 전국적으로 있어왔던 단오행사나 백중 놀이 같은 것이 이젠 어쩜 문화제 정도로만 인식되어, 관에서 육성하지 않으면 대를 끊길 위기에 있는 우리 사정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물론, 지자체가 되면서 그 지역의 특산물을 중심으로 하는 축제나 단체장의 관심에 따라 이루어지는 일회성 관변 축제야 아직도  남아 있지만. 축제 이름이 단체장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단순히 돈만 쏟아붇는 그런 모습만 생각 난다.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시에서는 그것을 지원하고, 그래서 전통을 지켜 나가면서 관광자원화 한 마쯔리를 보면서 또 다른 일본을 체험한 하루었다.

 

<2007,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