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살면서 (10) - 피서 이야기 : 그냥 바라보기만한 골프장
타테시나 고원 골프장. 내가 가끔 들리는 골프 연습장 카운트에는 골프장 안내 팜플렛이 가득 있다. 그 중에서 내 눈에 가장 끌리는 골프장이 바로 지척에 있다.
아침은 대강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으로 때웠다. 비가 내린다. 이젠 춥기 시작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오전에 골프 한라운드 하려고 차에 골프백에다 장비까지 갖추어 왔는데. 여긴 골프 비용이 싸다. 한국의 1/3 수준 정도 될까. 특히 이 지역은 골프장이 많아서 여름 후가철이 아니면 사람도 별로 없단다. 일본의 본격 여름 휴가철은 오봉이라는 명절(양력 8월 15일) 전휴이니까 아직은 그렇게 붐비지도 않는데. 믈론 골프를 혼자 할 수는 없으니 카운터에 말하면, 다른 팀과 함께 라운딩이 가능하다고 나의 일본어 브란티어 선생이 이야기 해 주었는데.
이 놈의 비.
비를 원망하면서 하루 종일 일기예보만 방송하는 텔레비젼을 본다. 오후에는 개인단다. 그래서 마누라에게 "오후에 골프하고 오겠다" 고 했더니 뻘쩍 뛴가. "우린 어떡 하라고 새벽이라면 몰라도 오후에는 절대로 안된다". "그럼 뭐하지?" 를 가지고 오전 내내 실랑이 했다. 역시 부부도 여행은 1박2일이 딱이라는 평소의 생각이 어긋나지 않음을 실감 했다. 1박2일이었으면 지금쯤 돌아가고 있을 테니까.
"점심은 어떡해. 오늘 저녁 예약도 해야지" 하긴 먹는게 제일 중요한데. "어제 처럼 그러면 가버린다"고 한마디 한다. 원래 점심은 나가서 먹으려고 생각했는데, 비가 와서 나가지도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식사 예약하는게 사실을 제일 어렵다. 뭐 그렇게 꼬치꼬치 묻는게 많은지. 전화로 하는 것 보다 가서 예약 하겠다고 나섰다. "저녁 예약하고 싶은데요" "일식으로 하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일식은 만석입니다." 그럼. 또 못먹는 건가! 다행이 바이킹(부페)은 아직 약간의 여유가 있단다.
여기와서 정식으로 하는 일식을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점심은 없이도 먹을 수 있단다. 이태리 식당 런치 바이킹이 괜찮아 보여서 들어갔는데, 영 별루다. 스파게티, 피자랑은 아직 거리가 있으니까.
오후에는 날씨가 개이기 시작했다. 이런 날이 골프에는 딱인데. 아마 오전에 비가와서 취소한 팀들도 많을테니까 문제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마누라 땜에 결국은 포기 할 수 밖에. 그럼 대신 드라이브라도 하자고 함께 골프장을 먼발치로만 바라 보고 있었다.
<2007,8,2>